일본 뜨개 역사와 문화 | 한 장의 도안 뒤에 있는 일본 뜨개의 150년: 생계의 기술에서 세계의 창작 언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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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도안 뒤에 있는 일본 뜨개의 150년: 생계의 기술에서 세계의 창작 언어로

시대 메이지기 출판물부터 2020년대 온라인 도안까지
인물 에도 하루요(江藤春代), 오카다 도시오(岡田敏雄), Ronique, Kineco
주요 유물 1920년대 기호 도안·현대 코바늘 모티브·아미구루미·문장형 니트

구로다 세이키가 1890년에 그린 「편물」
사진 1. 구로다 세이키가 1890년에 그린 「편물」 · 구로다 세이키 / 구로다기념관 · 퍼블릭 도메인 (원본·이용 조건)

도안 한 장을 펴 놓고 기호를 따라가다 보면, 사진 속 꽃이나 인형이 눈앞에서 형태를 얻는다. 이 경험을 가능하게 한 것은 손끝의 재능만이 아니다. 누군가는 코를 읽을 표기법을 만들고, 누군가는 바늘과 실을 공급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낯선 기술을 책과 영상으로 가르쳤다. 일본 뜨개의 역사를 읽는 일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사람과 매체를 찾아가는 일이다.

역사와 배경

오늘의 아미구루미 사진에서 일본 뜨개의 역사를 거꾸로 시작하면 중요한 시간이 빠진다. 모리 리에와 사쿠라이 아유미가 1895년부터 1952년 사이의 가정용 뜨개책 24권을 분석한 연구는, 어떤 물건이 독자의 생활로 들어왔는지를 수치로 보여준다. 연구 대상 가운데 메이지기의 두 책에서는 소품이 게재 작품의 75%였다. 다이쇼기에는 의류가 46%로 소품 41%를 넘어섰고, 쇼와기의 분석 대상에서는 의류가 62%였다. 이는 일본인 전체가 같은 비율로 옷을 떴다는 통계가 아니다. 남아 있는 책의 작은 표본을 통해 ‘뜨개책이 무엇을 가르치려 했는가’를 읽는 단서다. [1]

책의 품목이 달라지는 동안 손에 쥐는 도구도 달라졌다. 같은 연구는 메이지기의 책에서 상아·철·뼈 같은 바늘 재료를 확인하고, 다이쇼와 쇼와기의 책에서는 대나무·셀룰로이드·목재와 보조 도구가 더해지는 모습을 추적한다. 1924년의 한 책은 실 23종을 소개했다. 수입 실과 국산 실의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기록은, ‘일본식 뜨개’가 고정된 재료와 한 가지 기술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말해 준다. 뜨개책에 양복과 기모노에 함께 쓸 수 있는 물건이 실렸다는 사실도 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옷장과 만나는 장면이다. [1]

이런 변화가 곧 즐거운 취미의 역사만은 아니었다. 에도 하루요의 활동을 연구한 기타가와 케이는 재난과 전쟁, 가족의 생계 압박 속에서 여성들이 정확한 뜨개 기술을 익혀 부업을 얻고 가정을 꾸려야 했던 현실을 짚는다. 같은 코바늘이 어떤 사람에게는 예술의 도구였고, 다른 사람에게는 생활비를 만드는 도구였다. 잡지 같은 아름다운 사진을 볼 때 그 물건을 가능하게 한 노동 조건을 지우지 않는 이유다. [2]

오사카의 도구 회사 클로버의 연혁은 또 하나의 층을 보여준다. 오카다 도시오는 1925년 재봉 도구 도매업으로 출발했고, 회사는 이후 제조·출판·시연으로 영역을 넓혔다. 회사 기록에는 1968년 굵은 ‘점보’ 바늘 출시, 1970년대 컬러 바늘 보급 운동이 남아 있다. 이는 뜨개 기술의 기원을 증명하는 자료가 아니라, 가정에서 새 도구를 접하고 특정 실과 조직을 시도할 수 있게 된 유통의 역사다. [3][4]

1890년 구로다 세이키의 그림 「편물」은 메이지기 뜨개를 바라보는 시각 자료다. 그림의 인물이 어떤 실과 도안을 썼는지, 대가를 받고 떴는지는 화면만으로 알 수 없다. 약 18년 뒤인 1908년 향란여사가 편집한 『手芸と編物』에는 코바늘 잡는 법, 사슬·짧은뜨기·긴뜨기부터 인형·숄·양말까지 폭넓은 차례가 실려 있다. 책 한 권은 당시 모든 가정의 생활을 대표하지 않지만, 기술을 글과 그림으로 배워 재현하도록 구성한 출판물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사진 1·2의 연대와 성격을 구분해 읽으면 그림 속 손동작에 책의 특정 도안을 임의로 붙이지 않게 된다. [9][10]

1908년 일본 뜨개·수예책 『手芸と編物』 첫 페이지
사진 2. 1908년 일본 뜨개·수예책 『手芸と編物』 첫 페이지 · 향란여사 편 /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 퍼블릭 도메인 (원본·이용 조건)

인물과 노동

에도 하루요는 이 이야기에서 먼저 만나야 할 이름이다. 기타가와의 연구에 따르면 그는 1924년 뜨개 동작을 표시하는 ‘합리적 부호’를 고안한 강사였다. 도안의 기호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어떤 코를 어디에 넣고, 어느 방향으로 진행하며, 몇 단 뒤에 형태를 바꿀지를 멀리 떨어진 학습자에게 전달하는 언어다. 다만 현재 쓰는 모든 기호를 한 사람이 발명했다고 쓰지 않는다. 에도의 시도는 일본에서 기술을 표준화하고 보급하던 여러 움직임 중 기록이 남은 중요한 사례다. [2]

그 다음에는 도구를 만든 사람을 본다. 클로버의 창업자 오카다는 뜨개 디자이너라기보다 바늘을 일상에서 구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든 사업가였다. 출판물과 판촉 행사, 굵기가 다른 바늘은 학습자가 새 조직을 시험할 물질적 조건을 바꾼다. 디자이너만 ‘뜨개 인물’로 세면 이런 공헌이 빠진다. 그러나 회사의 홍보 연혁을 일본 전체의 손뜨개 역사로 대체해서도 안 된다. [3][4]

지금의 화면으로 넘어오면 제작자의 역할이 다시 달라진다. Ronique는 무료 코바늘 도안을 가방·생활 소품·아이 물건 등으로 분류하고, 기호와 동영상을 함께 제공한다. Kineco는 해외의 문장형 패턴을 접한 뒤 2018년부터 자신의 대바늘 도안을 발표했다고 직접 밝힌다. 그의 무료 PDF는 영어 문장형 지시와 일본어 디자인 노트를 이어 준다. 두 작가가 같은 나라에서 활동한다고 같은 형식으로 쓰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은 차트와 기초 수업을, 다른 사람은 문장형 설명과 설계 노트를 매개로 독자를 만난다. [5][6][7]

시라타키 이쿠노스케의 1895년 그림 「뜨개하는 소녀」도 비교 자료로만 쓴다. 젊은 뜨개인의 모습이 남아 있다는 사실과 그 시대의 모든 소녀가 같은 일을 했다는 주장은 다르다. 그림의 제작자와 모델, 책의 편집자와 실제 독자는 별개의 사람이다. 사진 3이 에도 하루요의 초상이나 그의 1924년 기호도안이라는 설명도 붙이지 않는다. [11]

시라타키 이쿠노스케가 1895년에 그린 「뜨개하는 소녀」
사진 3. 시라타키 이쿠노스케가 1895년에 그린 「뜨개하는 소녀」 · 시라타키 이쿠노스케 · 퍼블릭 도메인 (원본·이용 조건)

작품과 남아 있는 자료

사진 2의 『手芸と編物』 첫 페이지와 원문 차례를 함께 살펴보자. 1908년 책은 바늘 잡는 법과 실 거는 법에서 시작해 코바늘의 사슬·짧은뜨기·긴뜨기, 인형, 여러 형태의 주머니와 목도리, 양말 등으로 이어진다. 책이 만들어진 시기의 실제 출판물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 업체의 상품 사진보다 역사 설명에 더 직접적인 자료다. 그러나 이 이미지 한 장에서 각 도안의 코 수를 읽어 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원문 PDF의 해당 쪽을 따로 열어 확인해야 한다. [10]

기호 도안을 펼쳐 볼 때는 먼저 시작점과 진행 방향을 찾자. 원형 코바늘 모티브라면 가운데 고리에서 바깥으로 퍼지는 단을, 평면 편물이라면 왕복하는 줄을 읽는다. 작은 사슬 모양이나 짧은 선의 뜻은 범례에서 확인한다. 기호가 그림처럼 보여도 나라와 출판사마다 세부 관례가 다를 수 있고, 같은 기호라도 앞단 어느 코에 넣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기호를 외우는 것보다 견본 한 장을 떠서 실제 코와 표기의 대응을 확인하는 편이 빠른 공부가 된다. Ronique가 기호 색인과 영상, 완성 사진을 함께 놓는 까닭을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5]

아미구루미는 ‘귀여운 일본 인형’이라는 한 문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머리와 몸통의 둥근 부피는 짧은뜨기의 늘림·줄임 위치로 만들어지고, 작은 귀와 팔은 부착 지점만 달라져도 표정이 달라진다. 충전재를 얼마나 넣는지, 봉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입체 조형의 일부다. 클로버가 공개한 인형 도안은 부품을 따로 뜬 뒤 조립하는 단계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오늘의 인형 사진을 오래된 역사 유물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사진 4의 병아리는 2021년 촬영한 아미구루미 예시다. 촬영·작품 설명이 일본 제작품이나 클로버의 특정 도안이라고 밝히지 않으므로 그렇게 소개하지 않는다. 사진 5의 도구 사진은 바늘과 실의 관계를 보는 비교 자료다. 둘 다 에도 하루요의 1924년 기호도안 원본은 아니다. [8][12][13]

의류 도안에서는 읽는 순서가 또 달라진다. 먼저 가슴둘레와 완성 치수를 비교하고, 견본을 세탁한 뒤의 게이지를 확인한다. Kineco가 자신을 느슨하게 뜨는 사람이라고 알리고, 독자에게 바늘 호수를 참고치로 보라고 하는 까닭이다. 같은 4mm 바늘이라도 손의 장력이 다르면 옷의 길이와 폭이 달라진다. 그는 여행지의 풍경과 건축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밝히지만, 디자인의 인상만큼 중요한 것은 구조를 설명하는 문장과 수정 가능한 치수다. [6][7]

무료 도안은 지식의 문턱을 낮춘다. 그러나 무료라는 말이 번역본을 다시 배포하거나 사진을 상품에 마음대로 쓰라는 뜻은 아니다. 독자는 원본 페이지에서 PDF의 판본, 이용 조건, 작가 이름을 확인하고, 완성 사진을 공유할 때도 출처를 적어야 한다. 기호·영상·문장형 설명을 서로 대조해 보는 습관은 한 나라의 스타일을 따라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설계를 이해하는 단계로 이끈다.

2021년 촬영한 현대 아미구루미 병아리, 일본 제작품이라는 뜻은 아님
사진 4. 2021년 촬영한 현대 아미구루미 병아리, 일본 제작품이라는 뜻은 아님 · © Lskbrown / Wikimedia Commons · CC BY 3.0 (원본·이용 조건)

시간으로 다시 읽기

  1. 1895~1952 · 가정용 뜨개책 24권을 통해 소품에서 의류로 넓어지는 출판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1]
  2. 1924 · 에도 하루요가 뜨개 동작의 ‘합리적 부호’를 고안했다는 연구 기록이 있다. [2]
  3. 1925 · 오카다 도시오가 오사카에서 재봉 도구 도매업을 시작했다. [3]
  4. 1968 · 클로버가 굵은 점보 바늘을 출시해 새로운 실·조직을 제안했다. [4]
  5. 2018~ · Kineco가 독자적인 문장형 대바늘 도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6]
2014년 촬영한 코바늘과 아미구루미 제작 도구
사진 5. 2014년 촬영한 코바늘과 아미구루미 제작 도구 · © Akiko 88 / Wikimedia Commons · CC BY-SA 3.0 (원본·이용 조건)

다시 읽으며

일본 뜨개를 대표하는 단 하나의 바늘이나 인형은 없다. 1890년대의 책, 1924년의 기호, 도구를 공급한 회사, 오늘의 독립 작가가 서로 다른 시대에서 이어진다. 다음에 도안을 열 때 사진뿐 아니라 기호 범례, 게이지, 작가의 설명과 출판 연도를 함께 보자. 그 순간 한 장의 무료 도안은 더 넓은 섬유 문화의 입구가 된다.

사진을 읽을 때 사진 1은 구로다 세이키의 1890년 그림, 사진 2는 1908년 편물·수예책의 첫 페이지, 사진 3은 시라타키 이쿠노스케의 1895년 그림이다. 세 자료는 서로 다른 작가와 매체에 속하며 그림 속 인물을 실제 뜨개책의 저자나 독자로 특정하지 않는다. 사진 4·5는 21세기 아미구루미와 도구의 비교 자료로, 일본에서 제작되었다고 확인한 사례가 아니다. 다섯 이미지 모두 원본 파일과 이용 조건을 바로 아래에 적었다.

자료와 사진 출처

본문의 번호는 다음 원문 자료를 가리킵니다. 사진의 저작권·이용 조건은 각 사진 아래 원본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자료 1 · www.jstage.jst.go.jp
  2. 자료 2 · www.jstage.jst.go.jp
  3. 자료 3 · clover.co.jp
  4. 자료 4 · clover.co.jp
  5. 자료 5 · ronique.jp
  6. 자료 6 · kinecoworks.com
  7. 자료 7 · kinecoworks.com
  8. 자료 8 · clover.co.jp
  9. 자료 9 · commons.wikimedia.org
  10. 자료 10 · commons.wikimedia.org
  11. 자료 11 · commons.wikimedia.org
  12. 자료 12 · commons.wikimedia.org
  13. 자료 13 · commons.wiki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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