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주전자를 덮은 세 가지 손: 호주 편물 소장품의 경연·혼수·재활용
찻주전자의 손잡이와 주둥이가 나올 자리를 어디에 남길까. 작은 덮개 하나에도 제작자의 판단과 사용처가 남는다. 호주 Museums Victoria에는 겉모습만 보면 같은 차 도구로 묶일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삶을 거친 편물 세 점이 있다. 바이올렛 메이 윌슨의 새 장식 티코지는 전시회로 갔고, 캐스 데이비스의 분홍·초록 줄무늬 티코지는 혼수를 담는 상자에 들어갔다. 에이다 페리의 앵무새 모양 물건은 박물관이 ‘찻주전자 홀더’라고 부른다. 이 글은 세 유물을 통해 1930년대 이후 빅토리아주 여성의 제작과 사용을 읽는다. 세 점이 호주 전체의 전형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1. 전시회에 보내던 윌슨의 새 티코지
빅토리아주 비컨즈필드의 바이올렛 메이 윌슨은 1933년경 갈색 양모로 찻주전자 덮개를 떴다. 박물관 기록에 따르면 안쪽에는 초록빛 매끈한 안감이 있고 위에는 갈색 나일론 리본과 매듭이 있다. 한쪽에는 나무와 딱따구리·물총새·울새, 다른 쪽에는 종을 특정하지 못한 검정·노랑 새가 놓였다. 양옆을 아래까지 모두 막지 않고 절반 정도만 꿰매 손잡이와 주둥이가 나올 틈을 남긴 점은 장식과 사용을 함께 고려한 구체적 구조다. 소장 기록의 전체 치수는 길이 17cm, 너비 23cm지만 게이지, 바늘 호수와 도안은 제시되지 않는다.

윌슨의 물건은 집에서만 쓰인 채 남은 작품이 아니다. 박물관은 이 티코지가 1933~1974년 여러 주의 농업 전시회에 출품되어 1등 143회, 2등 17회를 받았다고 적는다. 이것은 개인의 작품이 지역 심사를 거쳐 이동한 경로를 보여준다. 같은 제작자의 1932년 태피스트리 가방 기록에는 딸이 어머니의 출품품을 포장해 보내고 상장과 함께 돌아오는 순간을 기억했다고 나온다. 그 가방은 편물이 아니라 태피스트리이므로 티코지의 기법을 증명하지는 않지만, 윌슨이 공예 전시회에 작품을 보내던 생활을 보충한다.

2. 상자에서 식탁으로 간 데이비스의 줄무늬
캐스 데이비스는 약 1938년 분홍색과 초록색 줄무늬의 양모 티코지를 만들고 꼭대기에 폼폼 네 개를 달았다. Museums Victoria는 이 물건을 결혼 전 ‘글로리 박스’에 넣으려고 만들었고 결혼 뒤에는 실제 생활에서 사용했다고 기록한다. 박스란 장차 가정에서 쓸 물건을 모아 두는 수납장이었지만, 이것이 모든 여성의 동일한 경험이라는 뜻은 아니다. 데이비스는 17세 무렵 일을 시작해 수입으로 물건을 모았고, 1940년경 상자의 내용물을 거의 채웠다. 1944년에 결혼했다.

박물관이 정리한 데이비스의 구술사에는 다른 장면도 있다. 처음 상자를 사 준 남자친구가 관계가 끝날 무렵 그 상자를 돌려 달라고 하자, 데이비스가 비슷한 수납장을 직접 샀다는 이야기다. 이 사실은 티코지의 도안에 관한 정보가 아니라 제작물을 보관하고 소유하는 사람이 누구였는지 생각하게 하는 기록이다. 박물관 해설은 상자 속 물건을 수공예와 구입품, 그리고 전후의 소비문화 변화가 만나는 자리로 읽는다. 그러나 이 티코지 한 점의 정확한 사용 횟수나 세탁 방식까지 알려 주지는 않는다.

3. 페리의 앵무새는 ‘티코지’와 같은가
에이다 페리는 1924년 여덟 자녀와 함께 영국에서 호주로 이주한 과부였다. 빅토리아주 미르부 노스에서 살던 그는 1928년 마차 사고 뒤 육체노동을 계속하기 어려워졌고, 가족이 농장 일을 하는 동안 손으로 여러 공예품을 만들었다고 박물관은 설명한다. 그중 한 점이 1930~1960년대라는 넓은 연대로 기록된 앵무새 모양의 ‘찻주전자 홀더’ HT 2921이다. 몸통은 초록·파랑·노랑, 머리는 빨강·흰색의 편물이라고 물리적 설명에 적혀 있다. 소장품 묶음에는 남는 재료와 헌 옷을 활용한 제작이 많지만, 이 물건의 실 성분과 정확한 제작연도는 적혀 있지 않다.

페리는 자신이 만든 물건의 첫 견본을 남기고 나머지를 자녀에게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박물관에 온 앵무새는 단지 차를 보온하던 생활용품의 예가 아니라, 다시 만들기 위한 견본이 남은 경우로 읽을 수 있다. 다만 소장 기록은 실제로 어느 주전자에 끼웠는지, 얼마나 보온했는지, 바늘뜨기 외에 어떤 조립법을 썼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홀더와 덮개를 이름만 보고 같은 구조로 묶지 않는 것이 정확하다.
세 물건을 나란히 읽는 법
윌슨의 물건에서는 주둥이와 손잡이 사이의 트임, 초록 안감, 양면의 새 장식을 관찰할 수 있다. 데이비스의 물건에서는 반복되는 줄무늬와 네 개의 폼폼, 혼수 상자에서 실제 사용으로 이동한 이력을 볼 수 있다. 페리의 물건에서는 앵무새의 색 블록과 첫 견본을 남기는 제작 습관을 볼 수 있지만 구조의 빈칸도 크다. 세 기록은 기법·치수·소유 경로가 서로 다르다. 이 차이는 뜨개를 무늬의 예쁜 표면만으로 읽지 말고, 물건의 구멍과 마감, 어디에 두었다가 누구에게 건넸는지까지 살피게 한다.
다음에 티코지 도안을 펼칠 때는 손잡이와 주둥이의 트임이 어디서 시작하는지, 안감과 겉편물이 어떻게 만나는지, 장식이 실제 사용을 방해하지 않는지부터 확인해 보자. 여기 실린 박물관 기록은 영감을 주지만 실행 가능한 도안은 아니다. 정확한 바늘 호수나 코 수를 만들려면 별도의 주전자 치수와 견본 게이지가 필요하다.